상국 대선 단상

상국 황상 선거전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살게 된 곳이 외방의 번국이라 상국 천자의 뜻에 주변 정세가 좌우됨이 심하니 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지요. 이번 선거야, 부시 2세가 워낙 공화당을 말아먹어 놔서 맥케인이 아니라 링컨이 다시 나와도 공화당이 이길 가능성은 없을 것 같고, 민주당이 유일한 관심거리입니다만, 와, 이거 진짜 박빙이네요.

저번 주 까지만 해도 무측천클린턴 여사가 거의 가져가는 것 처럼 보였는데, 오바마가 진짜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상승세가 이정도면, 진짜 마지막에는 뒤집힐 수도 있겠네요. 상국 시간도 이제 수요일이 되고, 주별 경선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데, 클린턴이 한 주를 이기면 그 다음 주는 오바마가 이기고, 거의 동률이나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예상대로 클린턴이 가져갔습니다만, 오바마도 일리노이를 가져갔으니 결코 졌다고 할 수 없는 셈.

내친 김에 클린턴과 오바마의 연설도 유튜브에서 몇 개 들어봤는데, 오바마의 선전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겠습니다. 듣기 쉬운 억양으로 간결하게 말하지만 실려오는 힘이 느껴지는 것이, 힐러리의 연설과는--힐러리가 연설을 못하는 것이 절대 아님에도 불구하고--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2004년 당대회 연설 하나로 듣보잡에서 전국구가 되었다는 것을 단박에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연설을 잘 합니다. 정말 사람을 움직이는 목소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깨닿게 해 주는 연설이라고 하겠습니다. 저 조차도 오바마에 대한 호감이 생길 정도라니까요.

작년 어딘가에서 치뤄진 선거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흥미진진함이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대권을 잡을 것인가, 올 한해 재미있는 구경거리임에는 틀림없겠네요.

작은 바람이라면 나중에 유학이나 가기 쉽게 여건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만, 사실 이건 누가 당선이 되건 별로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지요. 카우치에 몸을 묻고 콜라나 빨면서 느긋하게 감상해보렵니다. 이기는 편 우리 편. :)

p.s. 그러한 고로, 요즘 FVAP를 탐독 중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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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야마토 (男たちの大和)

ワシにとって昭和は、今終った。

2005 | 145 min | 佐藤純彌 | On IMDb

* 스포일러 주의 *

이걸 보면 매국노라나 뭐라나. 한국어 자막조차 나와있는 게 없고, 정상적인 경로로는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어서 결국 어둠의 경로로 구해서 보게 된 물건.

우리는 피해 당사국의 국민이라는 것 줄기차게 떠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잠시 잊고 영화 그 자체로 보면 이게 왜 우익 영화인지, 왜 이걸 보는 게 매국 행위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네들의 핍박을 받았었으니까 전쟁 당시 일본의 인민들이 겪었던 힘듦은 우리에 비할 바가 아니고, 우리는 그네들의 핍박을 받았으니까 그네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들은 전부 우리가 증오해야할 물건인가?

야마토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건 사실이고, 정말 삐딱한 관점에서 보면 일본 극우파에서 이 영화를 이용해먹을 소지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우익 나빠 평화 좋아 군국주의 최악 따위의 구호를 외칠 의무따윈 없다. 또 나는 이 영화가 《한반도》같은 허섭쓰레기보다는 훨씬 이념적으로 순수하다는 걸 단언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웰컴투 동막골》의 좌편향 보다도 이 영화가 중도적이라고 생각한다)

뭐,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될 수밖에 없는 물건이긴 하지만 그 이야기를 길게 하기 시작하면 날밤을 까야할테니 제껴두자.

영화 자체는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물건이었음.

일단 야마토의 재현이나 CG의 사용 같이 이야기 외적인 고증은 전혀 문제삼을 게 없을 정도. 또 내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 중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잔가지나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은 있었고(무엇보다 영화를 보고나서 마음속에 걸리는 게 없다는 게 좋았다), 이야기 자체의 전개도 시청자가 공감하기에는 충분했다.

전쟁의 상처를 입은 자와 그 자녀 세대. 과거를 알고 싶어하는 자와 상처입은 자는 그 상처를 치유하려 하고. 함께 떠난 여정에서 서로를 구원한다는 액자 테두리. 포스터의 もう会えない君を、守る。라는 문구가 모든 걸 말해주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외해 싸우는 보통사람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전쟁 때문에 상처입고 고통받는 보통사람들을 그려낸 액자 내부. 모두 굉장히 닳고 닳은 클리셰들인건 분명하지만 이정도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애초에 이야기 진행이 뻔히 눈에 보이는 판이라 극적 긴장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지만, 중간중간 끼어드는 나래이션이나 옛날 필름 컷들은 영화 몰입에 상당한 방해가 될 정도. (똑같이 옛날 뉴스나 아카이브에서 상당부분의 컷을 가져오고도 깔끔하게 처리한 《퀸》과 비교하고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

덧붙이자면, 거기에 묘사되는 구일본군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 군대의 많은 단점들이 구일본군의 잔재라는 점을 통절히 동감할 수 있었다. :(

아무튼 개인적으로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7점.
1점은 아오이 유우 때문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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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2005)

2005 | 127 min | Joe Wright | On IMDb | On Wikipedia

Pride & Prejudice 2005 Movie Poster
(c) 2005 Focus Features

역시 대세는 츤데레.

영화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고전 소설 같은 걸 읽는 취미가 (아쉽게도) 없는지라 제인 오스틴은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19세기 초의 작가라고 해서 대뜸 샬럿 브론테 풍의 작품을 생각해 버렸는데, 전혀 아니더군요(역시 책을 좀 읽어야겠네요 orz). 누군가가 이 작품을 Three weddings and no funeral. 이라고 평해 놓은 것을 읽었는데 이 이상 토를 달 수 억을 정도군요. 대사 하나하나가 재치있고, 지나치게 심각해지지도, 보는 사람을 애타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사전 지식이 하나 없어도 결말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줄거리지만 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방식과 전개가 재치있고 재미있으니까 보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다아시 역에 매튜 맥퍼딘이나 엘리자베스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정말 딱 어울리는 군요. 츤데레 역할에 최적인 마스크입니다. (…) 오랜만에 어머니와 같이 보러간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시더니 예전에 보셨던 오만과 편견 연속극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1995년에 만들어진 걸 말씀하시는 모양인데, 그쪽에서는 제인과 빙리나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 이야기가 이 영화처럼 유쾌한 터치로 그려지기 보다는 좀 심각하고, 진지한 줄다리기에 가깝게 묘사되었다고요. 제인이 빙리에게 처음 차이고 나서 우는 장면이라거나 하는 것도 좀 비중있게 다루어졌고 말이죠. 그러면서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진 건가라고 하시는데 안 웃을 수 없었습니다. :) 과연 세상이 조금 밝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2시간 짜리 영화에 원작을 담으면서 과연 어디를 잘라내고 어디를 부각해야 더 팔릴지를 정확하게 짚어낸 영화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덧 1. 어머니는 영화 보는 내내 키이라 나이틀리의 턱이 신경쓰이셨다고. 저는 사실 제인보다 엘리자베스가 더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역시 금발에 매겨진 점수가 큰 건가요? :p

덧 2. 키라 나이틀리는 2004년의 킹 아더에서 귀네비어로 나왔더군요. 으음…. 이미지가 미묘하게 다른데….

Posted by 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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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나·빨간모자의 진실

시리아나 (Syriana)
2005 | 126 min | Stephen Gaghan | On Wikipedia

4월 3일에 보았습니다.

Syriana

세 갈래의 이야기--미국의 에너지 회사, 경제 컨설턴트, CIA 요원의 이야기--가 각각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좀 산만하고,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게 단점 같네요. 좀 생각하면서 진지하게 감상할만한 영화로는 요즘 개봉한 영화 중 최고인 것 같습니다. 사실에 바탕을 분 이야기이고, 주제도 지금 현재진행형인 이슈라 보면서 섬뜩함을 느끼게 됩니다.

중동의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은 경찰 노릇을 한다고 간섭해대는 미국이라는 것과, 사실 그 미국이라는 나라가 하는 짓도 경찰 노릇이라기 보다는 이권에 관련된 검은 음모쪽에 가깝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죠. 영화 장면 장면이 허투루 된 것이 없습니다. 다시 보고 싶은데 금방 스크린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네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는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lunamoth 님도 말씀하셨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검열이라는게 공식적으로 존재했고, 지금도 사회적으로 조금이라도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입을 틀어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권력이 상존하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무리 문제가 많고 욕을 먹고는 있지만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저 정도로 보장되는 것이 그저 부러울 따름. 그리고 이것이 미국의 진정한 힘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빨간 모자의 진실 (Hoodwinked)
2005 | 80 min | Cory Edwards, Todd Edwards and Tony Leech | On Wikipedia
Hoodwinked

오늘 아침에 조조로 보았습니다. 시리아나와는 정 반대의, 그야말로 아무 생각없이 낄낄거리다 나올수 있는 영화입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나열됩니다. 이걸 가지고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몬과 비슷하다고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다 부질없는 이야기. 어차피 사건의 전말이야 영화 시작하고 15분이면 전부 파악할 수 있는 거고, 범인도 거기서 5분만 더 있으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실정이니까요. 반전은 초등학교 1학년 이하에게나 먹히려나 모르겠습니다. :]

소품이지만, 조조에 할인카드 써서 3000원 정도 내고 들어가서 본다면 별로 돈은 아깝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다른 영화 어딘가에서 본 듯한 장면이 나와서 씩 웃을 수 있고, 무엇보다 전문 배우들의 더빙이 굉장히 캐릭터의 분위기에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특히 김수미씨의 할머니 연기는 일품)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80분 정도 유쾌한 기분으로 보고 나오면 됩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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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for Vendetta

오늘 V for Vendetta를 보았습니다. 친구와 같이 서울에 올라갈 일이 생겨서 기왕이면 좋은 곳에서 보자는 생각에 COEX 메가박스로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아니아니, 그냥 사람이 많은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쓰레기 같이 많아!
(c) 2005 by Shimoku Kio, all rights reserved.

아침 영화를 봐서 들어갈 때 까지만 해도 별로 많아보이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니 사람 피해다니는 것이 큰일일 정도로 사람이 와글와글합니다. 마침 그날이 놀토였는지 사복차림의 중학생 또래도 많이 보였고,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도 많더군요.

서설이 길었습니다. V for Vendetta, 번역하면 복수의 ㅂ정도일까요.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고 들어간다면 성에 차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볼거리는 충분하고 넘치는 영화입니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영국식 악센트라든지, 나탈리 포트먼의 미모, 휴고 위빙의 분위기 철철 넘치는 목소리까지. 눈과 귀는 즐겁습니다. 그건 확실히 보장할 수 있군요.

V for Vendetta Movie Poster
(c) 2006 by Warner Bros. Inc., all rights reserved.

이어지는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계속 읽으시려면 클릭하세요.

+ 근래 개봉한 영화 중에서는 "시리아나"가 재미있어 보이네요. 캐스팅도 호화롭고. 꼭 봐야겠습니다.

Posted by 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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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1. 요즘은 정말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멀리는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니 뭐니부터, 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고, 가깝게는 학교에서 일어난 폭력사건, 소위 운동권 학생회의 본부 점거까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원. 내가 나이가 들어서 이러는 것도 아닐텐데 왜 자꾸 말세가 어떤 건지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걸까. (말세 이야기는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니 흘려들어주시길)

  2. 위 같은 이야기는 되도록 쓰고싶지 않았는데.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기가 막히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스물도 안된 녀석이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어야 하나?

  3. Posted by 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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