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을 가리키는 단어들

아침놀님 블로그를 보다가 갑자기 태클 걸 거리를 포착해서 글을 씁니다. 사실 태클이라고 하기에도 좀 무리가 있는데, 그냥 엉성하게 머릿속에만 있던 걸 정리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글도 쓸 겸 트랙백 하는 거지요.

한국어의 요일을 가리키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토요일만 Saturn과 관계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단어들 끼리는 직접적인 관계를 찾기 힘들다고 쓰셨는데, 사실은 모든 요일이 영어(및 구주의 제언어들)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몇 단계를 거쳐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한눈에 알기 힘든 것 뿐이죠.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원래 서양에서 요일의 개념은 고대 로마 후기를 전후해서 정립된 것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조금 덧붙이면, 그때 시작되었다는 게 아니고, 서양 세계에서 한 주일이라는 단위가 널리 퍼져서 표준적인 단위로 컨센서스를 얻은 것이 고대 로마 시대라는 말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원래 성경에서도 한 주를 7일로 치고 있고, 이것은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합니다만 여기서 말하는 주제가 한 주일의 기원이 아니고 각 요일의 이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세한 건 제가 잘 모르므로 생략합니다. 제가 지금 자료를 찾아볼 수 있을만한 사정도 아니라서요.

또 한 주가 6일도 아니고 8일도 아니고 굳이 7일이 된 이유는 당시 그 전통이 처음 확립된 지역에서 장이 7일 주기로 섰기 때문(우리나라 5일장같이)이라는 견해가 주류라고 하는데요, 자세한 건 저도 정확히 모르고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via 카더라 통신)

각 날짜의 이름은 신들의 축일을 지칭하던 말이 굳어져서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점성술에서 날짜의 순환을 각 별의 기운이 순환하는 주기로 보는 데서 왔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언뜻 보면 점성술에서 왔다는 견해가 설득력있어보이지만 좀 문제가 있는 것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모형에서 지구에서 가까운 차례대로 별을 나열해보면 달-수성-금성-태양-화성-목성-토성 순서가 되는데요, 이게 현재의 요일의 순서와는 맞지 않고 뒤죽박죽입니다. 점성술 때문에 요일의 이름이 정해지고 순서가 정해졌다고 보기에 이 기준도 없는 뒤죽박죽 순서는 조금 문제가 있어보이죠. 결론적으로, 천동설의 확립 이전에 요일의 순서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바빌로니아나 고대 그리스의 축일 순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하지만, 뭐 저는 이쪽 전문가도 아니고 깊이 자료를 찾아본 것도 아니므로 학문적인 가치는 제로인 주장입니다. 아무튼,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든지 로마 시대에 확립된 각 요일의 라틴어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요일: dies Solis < Sol
  • 월요일: dies Lunae < Luna
  • 화요일: dies Martis < Mars
  • 수요일: dies Mercurii < Mercurius
  • 목요일: dies Jovis < Jove (Jupiter)
  • 금요일: dies Veneris < Venus
  • 토요일: dies Saturni < Saturnus

보시다시피 신의 이름을 쓴 것이기 때문에 태양,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의 어원과 똑같이 대응됩니다. 영어에서도 그냥 이 이름이 그대로 전해졌으면 우리가 헷갈릴 일이 적을텐데, 문제는 영어가 비롯된 곳인 북구에서 이 단어들을 수입하면서 날의 이름을 자신들이 알아듣기 쉬운 자기네 신의 이름으로 고쳤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옛 게르만어이고요, 철자법은 대충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거라 틀릴 수도 있습니다)

  • sun daeg < Sun
  • moni daeg < Mona > moon
  • tyws daeg < Tywr > Tyr
  • wednes daeg < Wedne > Wodan > Odin
  • þors daeg < Þor > Thor
  • frigs daeg < Freygja > Freya

토요일의 경우, 당시만 해도 농경사회가 아니었던 북유럽에는 농경의 풍요를 상징하는 사투르누스에 대응하는 신이 없었던 관계로 토요일은 그대로 saturns daeg > Saturday가 됩니다. 그리고 이 말들이 변해서 지금 우리가 쓰는 영어의 Monday, Tuesday하는 단어가 되지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서 Mona는 달의 신이고요, Tyr는 전사의 수호신, Odin은 북구 신화의 주신(主神)이자 지혜의 신인데, 지혜의 샘물을 마셔서 지혜로워 졌다는 신화가 있고요, Thor는 대장장이이자 나무꾼 신, Freya는 미의 여신이지요. Mona, Tyr랑 Freya는 부가적인 설명 없이도 단숨에 위에 언급된 신들에 각각 대응이 되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Odin이 Mercury고 Thor가 Jupiter가 되는 건 조금 더 파봐야 하는데, 사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Hermes(>Mercurius)가 약삭빠른 지혜(…)의 신이고, 북구 신화의 Thor는 로마 신화의 유피테르와 같은 천둥 번개의 신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주신인지 아닌지, 해당 신의 위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신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더 중요하게 고려된 것이죠.

그럼 이게 왜 동양에서 일월화수목금토로 번역되는지가 또 궁금해지는데, 이걸 알려면 18세기 일본으로 가야 합니다. 당시 네덜란드를 통해서 일본으로 들어오던 서양 문물이 일본의 학자(난학자: 蘭學者) 들을 통해서 일본어/한문으로 번역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알아먹기 힘든 유럽의 신화와 상징체계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저 위에 쓰여 있는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각각의 날짜가 널리 알려진 행성의 이름으로도 쓰인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이것이 결과적으로 친숙한 음양오행 사상과도 정확히 대응(일월[음양]화수목금토[오행])하기도 하고, 또 가져다 쓰기도 쉬우니 그대로 그걸 따서 번역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또 끼워 맞춰 보면 저 오행의 속성이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의 속성에도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니까 일석이조의 번역이 된 셈입니다. 아무튼, 이런 복잡하고 다난한 과정을 거쳐서 들어온 단어가 일본의 메이지 유신 이후 그대로 자리 잡게 되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 여과 없이 들어와서 정착하게 된 것이 지금 우리가 일월화수목금토의 요일 체계를 쓰게 된 경위입니다.

중국어를 조금 살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중국은 이런 과정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요일을 자기들 편한대로 숫자를 붙여서 星期一, 星期二, 星期三 하는 식으로 부르지요. (일요일은 星期天이지만 그건 휴일이라 그런 거니까 제외) 우리나라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일본과 똑같이 쓰는 것이고요.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한자 단어의 8할은 일본식 조어법으로 만들어진 단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통해서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탓도 있고, 우리나라 고유의 한자 단어나 중국어 영향을 받은 단어들은 20세기 초반에 거의 전부 쓸려나갔거든요.

그리고 몇 가지 자잘한 것들이 더 있는데, 이건 본문에 쓸 건 아니라 아침놀님 블로그에 댓글로 달도록 하겠습니다. :)

Posted by 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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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List

  1. 낭만거미의 생각

    Tracked from bluespy's me2DAY 2009/03/06 22:01 Delete

    요즘 중국어 한참 공부 중인 옆지기 덕에 찾아본 요일의 유래.(확실한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중국이 월화수목금토일을 안쓰고 요일+일이삼사오육칠이라고 쓰는 다는 건 처음 알았다.

Comments List

  1. 휘연 2008/04/15 20:12 # M/D Reply Permalink

    역시 위키피디아. -_- 글 쓰기 전에 미리 좀 찾아볼 걸 그랬군요.

    http://en.wikipedia.org/wiki/Week

    일주일이 7일이 된 이유는 태음력의 한달인 28일을 4등분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고요, 고대 동양에서도 7일 단위로 뭔가 있었다는 흔적이 있다는데, 제가 알기로 중국·한국은 기원 이래 거의 5일 또는 10일 단위로 시간을 따졌으니 이건 어디에 근거를 둔 주장인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고대 이래 7일 단위로 한 주를 따졌다는 이야기도 써있는데, 뭐 이건 재미도 없고 참신하지도 않고, 근거자료도 없고. -,.- 뭐 7일 단위로 뭔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어도 그게 지배적인 규칙은 아니었죠. 거 괜히 5일장이 서고 한달을 10일씩 끊어서 상순, 중순, 하순이라 부를까요. 다만 한 가지 추측을 해 보자면 6세기이래로 당나라 멸망때까지 중국에서 상당한 세력을 형성했던 기독교의 한 갈래인 네스토리우스 파(경교)의 영향을 받아서 7일 단위로 안식일을 지켰다는 기록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고, 그걸 근거로 삼은 것이 아닌지 싶습니다. 아무튼 여기에 대해서 살짝 추가시켜 놓습니다.

  2. daybreaker 2008/04/15 22:52 # M/D Reply Permalink

    저도 요일 개념 자체가 서양에서 들어온 거라 분명히 관계가 있는 문자를 써서 요일 이름을 지었으리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좀더 찾아볼까 하다가 졸려서 자버렸지요....=3=3 해당 부분은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1. 휘연 2008/04/17 20:47 # M/D Permalink

      졸리면 자야지요. :)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3. 풍신 2008/04/16 00:42 # M/D Reply Permalink

    진상은 그런 것이었군요. 개인적으로 일, 월+오행으로 일주일을 만든걸로 생각했었습니다. 한데 스페인어, 영어 배울때도 태양, 달, 화성, 수성, 금성, 식으로 나가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참 잘도 번역했구나 생각했었죠.

    1. 휘연 2008/04/17 20:49 # M/D Permalink

      그게 사실 7요라고 해서 태양, 달, 수, 금, 화, 목, 토성을 점성술에서 써먹은 건 고대 중국도 마찬가지고, 중국에서도 7요일을 따졌다는 설도 있긴 해요. 이쪽은 워낙 소스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게 많아서 사실 깊이 들어가면 머리아픈 부분이 많습니다. 그냥 정설이 저렇다더라 하는 식으로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Frey 2008/04/28 11:02 # M/D Reply Permalink

    그래서 내가 금요일을 좋아하지 -_-;

    뭐, 아무튼 금요일의 경우 어원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Frey 또는 Freya라고 하지. 남매신이기 때문에 이름이 비슷해서 Saturday가 사투르누스의 이름이 그대로 붙었다고도 하고. Frey는 농경과 풍요의 신이다. 의외로 후기 게르만 신화에 가면 중요해지는 신이야. 게르만 사회에서도 농경이 도입되었던 증거가 아닐까 하고 재미있게 보고 있긴 하지만.

    중국에서는 월요일부터 一, 二, 三, 四, 五, 六, 日 이렇게 부르더군.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1. 휘연 2008/04/30 22:42 # M/D Permalink

      게르만 신화도 파다보면 복잡해서 말이죠.
      그런데 프레이/프레야가 농경의 신이라는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출처가 어디인지 좀 가르쳐 주시면 찾아보겠습니다. 다산과 풍요의 신이고, 프레이-아폴론, 프레야-유노/베누스로 연결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농경의 신이라는 건 금시초문.
      중국 이야기는 밑의 문단에 이미 써있습니다. -_-

  5. Frey 2008/04/30 23:37 # M/D Reply Permalink

    다산과 풍요의 신인데 그게 농경으로도 이어지던데? -_-; 농경 문화가 들어오면서 그렇게 적용되는 듯. 풍요라는게 결국 사냥보다는 농경에 더 적합한 말이잖아. 출처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 나중에 찾아보고 연락해줄게.

    1. 휘연 2008/05/01 19:31 # M/D Permalink

      음, 확인하셔서 좀 알려주세요. 북구 신화는 초등학교때 읽고 그 이후로 찾아본 게 없어서 저도 가물가물 합니다.

  6. Frey 2008/09/03 20:32 # M/D Reply Permalink

    오늘 에다를 읽어보다가 Frey가 농경의 신이라는 내용을 찾았다. 522페이지였나... 아무튼 부록 부분에 구 에다와 신 에다를 비교하면서 설명해놨던데. 그런데 그 부분에서는 Friday가 Frigg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적어놨더라?

    1. 휘연 2008/09/03 22:07 # M/D Permalink

      농경의 신이라니, 제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군요. 과연 기원 이전에 라인강 이북에서 농경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어색한데, 나중에 로마와 교류하거나 하면서 새로 어트리뷰트가 붙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나중에 에다 책좀 빌려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아무튼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금요일의 어원문제는...그게 Frigg인지 Freya인지는 저도 제가 알고 있는대로 소스 없이 쓴거라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위키를 찾아보니까 Frigg가 어원이라고 써 있네요. 수정을 해놓든지 하겠습니다...가 아니고 조금 더 찾아보니까 재미있는 이야기가 써 있네요. 영어 friday는 Frigg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기타 독일어 및 스칸디나비아어권 언어에서는 Freya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사실 신화라는 게 다 그렇지만 북구신화도 한 계통 이야기가 아니고 여러갈래의 신화들이 나중에 합쳐진 패치워크같은 거니까 무리는 아닌데, 일단 Frigg와 Freya는 애초에 근본 자체가 아스 계통과 반 계통으로 갈라지는데다가 나중에 신화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완전히 구분되는 별개의 신이 아니고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동일한 신으로 간주되기도 했다니까 뭐 더 따지는 게 의미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일본 신화에서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가 남매로 나오지만 그 연원은 완전히 다른 씨족집단에서 받들어지던 완전히 관계없는 신이었다는 것과도 통한달까. 아무튼 말씀하신 덕분에 좀 자세하게 더 찾아봤네요.

  7. Frey 2008/09/04 12:53 # M/D Reply Permalink

    기원 이전부터 신화가 전승되어 왔을지는 몰라도, 실질적으로 신화로 기록된 건 7~8세기 가량이잖아? 그 시기라면 충분히 농경이 전파되었을거라고 생각되는데. 뭐, 나도 덕분에 공부 많이 했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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